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國政)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탄핵 사태에 따른 국내외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 공직사회의 중심을 잡고 안정시키는 일도 화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확실성이 급속히 높아지는 안보·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황 대행이 적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황 대행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통령 코스프레’ 등으로 비판하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이후 국회가 직접 선출된 유일한 국가기관이 됐지만 지난 20일 끝난 1월 임시국회의 파행적 모습은 국정 무책임을 재확인시켜줬을 뿐이다. 2월 임시국회가 자동으로 열릴 예정이나 대선 국면에 진입하면서 더욱 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황 대행은 국민적 대통합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여·야·정(與野政) 국정 협의를 거듭 요청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에 따른 심각한 대립 양상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고려할 때 필요한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황 대행의 국정 운영을 발목잡기보다 합심해서 국가적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황 대행 역시 우왕좌왕이나 좌고우면하지 말고 헌법상 위임된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 국군 통수권자이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최근 사태는 박 대통령의 비위(非違) 혐의에 대한 탄핵 심판이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정책 기조에 대한 탄핵은 아니다. 황 대행이 이날 언급한 사드,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이 중심을 잃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만, 최근 황 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한 그런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국정 수행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황 대행 본인도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