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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비글(사냥개의 한 종류)에게서 소중한 내 컴퓨터와 피규어를 지켜라.”

해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평소에 애지중지했던 ‘보물’이 조카 등의 손에 망가지는 일이 속출한다. 게다가 물건이 망가졌다고 화라도 냈다가는 친척 어르신들이 “나이가 몇인데 애한테 양보도 못 하느냐”고 몰아붙이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십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인간 비글’인 초등학생 친척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각종 ‘묘수’까지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인간 비글’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까불거리는 모습이 비글 견종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말.

김정희(여·33) 씨는 “우리 집에 컴퓨터가 두 대인데 고등학생 큰 조카가 잠도 안 자고 새벽까지 게임을 한다”며 “가고 나면 별별 게임이 다 깔려있는가 하면 광고 팝업 창이 주르룩 떠 속도가 한참 느려진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와 관련, 23일 한 컴퓨터 전문 커뮤니티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친척들의 주 놀잇감이 되는 컴퓨터나 노트북을 지키는 ‘비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아이 부모님 앞에서 ‘얘 때문에 200만 원짜리 업무 파일이 날아갔다’고 비명을 지르라. 앞으로는 ‘형, 이거 써도 돼?’ 하고 물어보기라도 할 것”이라며 “나는 (이 방법을) 두 번 썼는데 두 번 다 통했다”는 글을 올렸다. 전원을 뽑아 노트북을 숨겨놓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자신의 ‘보물’을 지킬 수 있는 갖가지 노하우와 명절 피해담이 쏟아지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피규어 관련 커뮤니티 ‘액션 피겨’에 ‘명절 애들용 피규어’란 제목의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인기가 없어 이미 사라진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 망가진 피규어를 진열해 놓는다”고 소개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시중가의 약 2배 가격을 적은 가격표를 피규어 앞에 붙여두고, ‘초딩’들이 와서 달라고 하면 ‘파는 거라서 안 된다’고 말하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