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까지 3억여원 받아
고지의무사항 ‘病 없다’ 기재

검찰, 사기 혐의로 재판 넘겨
法 “제출증거, 혐의입증 부족”

남편의 질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해 수억 원의 보험금을 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에게 법원이 ‘남편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험 사기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전재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여·55)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1998년 7월 본인을 계약자와 수익자로,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A 씨와 남편은 청약서상 고지의무사항 중 ‘현재 의사로부터 검사 또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와 ‘최근 5년 이내 치료·복약·입원을 한 적 있습니까’란 문항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남편은 고혈압과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보험 가입 직전인 그해 5월에도 병원에 입원하는 등 13차례 치료를 받았다.

이후 A 씨는 2004년 11월 남편의 고혈압·뇌졸중 진단비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2000여만 원을 받는 등 남편이 사망한 2014년까지 20차례에 걸쳐 모두 3억1700만 원을 받았다. 보험 사기를 의심한 경찰이 수사를 벌였고, 검찰도 A 씨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보험 계약이 워낙 오래된 일이라 고지의무사항에 ‘없다’고 체크한 것이 보험설계사인지 본인인지 기억나지 않고, 당시에는 남편이 단순 과로 때문에 입원한 것으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전 판사는 “A 씨가 보험청약 당시 남편의 질병을 알면서 고의로 ‘질병이 없다’라고 기재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A 씨가 직접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적었는지, 남편의 질병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