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출석 김종 前 차관 증언

“朴, 정유라 직접 언급해 충격”

“체육계 현안 劉장관 건너뛰고
김기춘 前실장에 지시 받았다”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라 씨와 같은 유능한 선수들을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8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이같이 전했다. 이어 “2013년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정 씨가 ‘승마 공주’인 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안타깝다. 정 씨처럼 끼가 있고, 능력이 있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위해 영재프로그램 같은 것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회 소추위 측이 “당시 박 대통령이 정 씨처럼 열심히 운동하는 유망주를 나쁘게 말하는 안민석(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했냐”는 질문에 김 전 차관은 “비슷하게 말했다”고 답했다. 2013년 4월 안 의원은 정 씨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국회 측에서 “대통령의 ‘정 씨를 키워줘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냐”고 묻자 “(대통령이) 직접 말하길래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은 체육계 현안과 관련, 장관(당시 유진룡)을 배제하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정 씨의 국가대표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차관은 최 씨로부터 공기업 스포츠팀을 창단해 최 씨 회사인 더블루K와 계약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를 만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배드민턴팀과 펜싱팀을 창단해 더블루K를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느냐”는 대통령 측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더블루K의 GKL 장애인 펜싱팀 대행 계약 특혜 의혹에 최 씨가 개입한 정황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연·김수민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