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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통계청의 일자리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차용, ‘매월 15일이 포함된 1주일간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1주일에 편의점에서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잡히는 통계 기준으로도,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니 “‘알바생’ 등을 제외하고, 정규직 등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만 추리면, 청년층 실업률이 30%를 넘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 주자들도 일자리 공약을 내놓느라 바쁘다. ‘일자리 최우선’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도 대권 잠룡들을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대권 주자 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공약을 다듬어왔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내놓은 ‘일자리 공약’(http://blog.naver.com/moonjaein2/220914154312)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의 경제에 대한 이해(理解)가 저 정도 수준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다.

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반만 맞는 말입니다”라며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 이제 끝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부은 국가 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듭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안한 얘기지만, 이 계산법에는 경제적 사고의 기본 틀이 결여돼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길거리에 22조 원을 버리면, 쓰레기 처리 비용은 꽤 들겠지만, 그 외의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 부문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든다면, 그중에서 정규직에 대해서는 정년(停年)을 보장해야 한다.

설마 문 전 대표가 공공기관에 새롭게 창출된 100만 개의 일자리를 1년 동안만 유지하고, 그다음 해에는 모두 해고하자는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연봉 2200만 원×100만 개 일자리= 22조 원’, 이런 단순 곱셈으로 일자리 공약을 내놓는 사람은, 다시 한 번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대통령이 될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전 대표 일자리 공약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겠다.

앞으로 다른 대권 주자들도 일자리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경기후행(景氣後行) 지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자리는 성장의 결과물로 얻어지는 것이지, 일자리 자체를 창출하겠다고 아무리 날쳐봐야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쉬운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정부 예산으로 ‘공공(公共)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추경예산’까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는 국민 세금이 끊어지는 순간 신기루(蜃氣樓)처럼 사라진다.

대권 주자들에게 국민을 현혹하는 일자리 공약이 아니라,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지나친 욕심일까.

hae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