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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밀해제 된 ‘美 CIA 1983년 작성 문서’ 통해 확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80년대 한국 경제와 주요 기업인을 분석하면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로 분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IA가 최근 온라인에 공개한 기밀해제 문서 중 지난 1983년 1월 작성된 20페이지 분량의 ‘South Korea-Economic Decision Making in Transition’ 보고서에는 당시 주요 기업 총수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사진과 프로필, 주요 행적 등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정 회장은 한국 언론이 ‘자수성가의 전형’으로 칭하는 백만장자”라며 “재계와 한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며 미국에 호의적”이라고 평가했다. CIA는 특히 “정 회장은 일반적으로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비판적”이라며 “정부가 직접적인 지시보다는 인센티브와 불이익으로 경제(정책)를 유도하는 것을 선호하고, 물가를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실행 불가능’이라고 비판한 적 있다”고 기술했다. 반면 “경제 정책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전 대통령 취임 후 정부가 후원하는 경제 단체들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반대한다”며 “삼성은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어 정부에 협조적인 현대, 대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회장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체포됐지만, 박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서 경제 발전을 돕겠다고 설득해 풀려났다”며 “이후 박 대통령의 5개년 계획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다른 기업인들을 박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참여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주요 경제 조언자가 됐고, 울산공업단지 건설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CIA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과 관련,“대우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뤘는데, 대우의 성공은 박 대통령이 도움을 줬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박 대통령과 대우의 관계는 박 대통령이 학창 시절 대구에서 김 회장 아버지의 제자로 있을 때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 김준성 경제기획원 부총리 겸 장관, 강경식 재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당시 주요 경제 관료들에 대한 분석도 포함됐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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