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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조엘·비틀스 등 인기 가요계 안팎으로 ‘겹시름’

요즘 가요계는 안팎으로 힘들다. 안으로는 인기 드라마에 삽입된 OST가 강세를 보이며 차트 상위권을 내주고 있는 형편인데, 이제는 외국곡의 공세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기존의 명곡 혹은 신곡들이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쓰이며 새삼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시청률 27.6%로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 드라마의 주요 테마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이 1977년 발표한 ‘더 스트레인저’다. 스산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된 후 강렬한 록사운드 전환되는 이 곡은 주인공 김사부(한석규)의 쓸쓸함, 수술에 임할 때의 열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곡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비틀스의 ‘헤이 주드’(1968), 짐 크로스의 ‘타임 인 어 보틀’(1972), 마돈나의 ‘머티리얼 걸’(1984), 신디 로퍼의 ‘트루 컬러스’(1986) 등 올드팝을 카세트테이프(사진)를 통해 듣는 장면을 곳곳에 삽입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며 이런 올드팝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이 급증하기도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제작한 삼화프로덕션의 신상윤 대표는 “이런 노래들은 작가와 담당 PD의 요청을 받은 제작사 측이 음악 감독을 통해 의뢰해 넣게 됐다”며 “대부분의 곡은 국내에서 저작권 등록이 돼 있어서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사용했고, 등록이 돼 있지 않은 ‘헤이 주드’의 경우 소니/ATV 뮤직 퍼블리싱의 허락을 받아 무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국적 감성을 장기적,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외국 가수도 있다. 스웨덴 출신 라세 린드가 부른 tvN 드라마 ‘도깨비’ OST ‘허시’는 발표 직후 국내 6개 차트에서 정상을 밟았다. 외국 가수가 부른 노래가 국내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건 영화 ‘겨울왕국’의 OST인 ‘렛 잇 고’ 이후 처음이다. 라세 린드는 2006년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커먼 스루(C’mon Through)’를 시작으로 SBS ‘엔젤 아이즈’, tvN 드라마 ‘풍선껌’과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등 국내 드라마에 참여했다.

다수 OST 제작에 참여했던 한 작곡가는 “영어 가사로 부른 노래는 한국 곡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라세 린드는 이런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셈”이라며 “‘낭만닥터 김사부’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에 대중에게 익숙한 외국곡들이 쓰이며 적잖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향후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