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9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차명폰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장시호가 대포폰 6개를 개설해 그중 하나를 박 대통령에게 줬다”는 안민석 의원의 주장에 “터무니없는 허위”라고 했는데,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차명폰은 제3자의 명의로 개통한 것, 그중 대포폰은 명의 추적을 어렵게 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어느 경우든 불법으로 규정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폰은 최 씨 등이 만들어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대포폰임을 알았을 것이다. 대포폰은 그 자체로도 불법이지만, 범죄를 은폐하고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또 다른 불법에 동원된다. 언제라도 교체하거나 폐기해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간첩 등의 도·감청 우려 때문에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궤변이다. 그렇다면 합법적 비화(秘話)폰을 사용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굳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면, 공적 시스템 아닌 비선 실세에 의존해 권력을 행사하고, 공개되면 안 되는 일에 개입했거나, 반대로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일을 부탁받은 것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권력 사유화를 인식하고 은폐하려는 용도, 즉 불법적 권력 운용의 방증(傍證)이다.

최 씨는 대포폰을 8∼10개씩 갖고 다니며 한 달에 한 번 꼴로 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 등의 대포폰과 관련된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내야 한다. 누가 누구 명의로 개설했으며, 박 대통령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추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대포폰 개수를 확인하고, 통화 내역을 밝혀내면 국정농단 규명에도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불법 차명폰을 사용했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