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절차따라 속도감 있게 심리

소재파악 위한 시간 끌기 차단
증인들 朴에 불리한 행동한 셈

‘진실발견’ 차원서 공익성 우선
불법수집 증거도 필요땐 채택

국회측, 탄핵심판기간단축위해
朴 헌법위반중심 사유서 재제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정체될 것이라 우려했던 심리 과정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간 증인 불출석·증거 채택 논란 등으로 인해 몇 차례의 변론기일이 소득 없이 지나가자 ‘탄핵 결정이 예상됐던 기일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던 터다. 이에 대한 헌재의 대응 기조는 법 절차를 건너뛰지 않으면서도 논란지점을 해결하기 위한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다. 특히 헌재가 최근 변론기일에서 대다수의 피의자 진술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박 대통령의 개별 범죄 하나하나를 규명하는 게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예상 시기보다 헌재의 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0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헌재가 탄핵심판의 ‘정체 구간’을 주도적으로 나서 정리함으로써, 향후 탄핵 심판이 ‘좀 더 탄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헌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피의자 신문 조서와 참고인 조서 대다수를 증거로 채택해 증인 신문 및 출석요구서 송달 등에 필요한 시간과 과정을 크게 줄였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단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측은 증인신청 대상을 기존 28명에서 5명으로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검찰 조서는 검찰이 필요했던 부분이고, 우리가 필요한 부분은 거기에 나와 있지 않다”며 “증인 신청 부분을 이번 주말까지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신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의 의견이 충돌하는 증거는 과감히 채택을 포기하고, 대신 주요 증거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채택했다. 헌재는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검찰 조서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강일원 재판관은 ‘진실 발견’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공익성 논리를 활용했다. 강 재판관은 위법한 증거를 통해 확보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 “진실을 발견한다는 공익이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보호보다 클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기반 증언 내용 중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인 국민주권주의 위반·국정농단 등의 부분을 살필 예정으로, 뇌물 등 형법상 범죄 여부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재차 ‘형사재판이 아니라 탄핵심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규명하는 게 탄핵심판의 본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측 권성동 위원장은 “국회가 탄핵심판의 본질을 간과한 잘못이 있다”며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가 어떤 죄가 된다는 부분은 다 제외하고, 어떤 헌법상 원칙을 위반했는지를 중심으로 탄핵소추의결서를 재작성해 헌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