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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요네하라 마리
숨겨진 모습 책으로 펴내

때론 한발 떨어져 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사물이든 상황이든, 또는 인간관계든. 그런 면에서 가족은 사고와 판단의 대상으로 불리한 존재다. 너무 잘 알아, 더 잘 볼 수가 없으니. 하지만 분명 가족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가족들의 ‘증언’은 언제나 흥미롭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이미 ‘먼 길’ 떠난 자들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왼쪽 사진)와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1950∼2006·오른쪽)의 동생이 ‘나의 형’ ‘나의 언니’에 대해 풀어 놓았다. 동생들의 손끝에서 이들이 다시 살아난다. “형은 여행할 때마다 내게 편지를 써 보냈다. 힘들거나 곤란한 상황이어서 편지를 쓰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경로로든지 나의 안부를 물었다.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나이가 된 나는 대담하고도 괴팍하며 재미있는 장난꾸러기에 항상 모험심으로 가득 차 있는 형을 내 삶의 롤 모델로 삼았다.” “어떤 생각에 잠길 때, 뭔가를 하고 있을 때면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얼굴일 때의 마리가 정말 좋다.”

가족의 비화와 두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 형제·자매 그들만이 주고받은 편지 등이 동생의 어린 눈에서, 때론 객관적인 동료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두 저자는 어떤 식으로든 모두 자신의 형과 언니를 닮아 있었다. 후안 마르틴 게바라는 평생 압제에 항거해왔으며, 지금은 비영리단체에서 형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이노우에 유리는 마리 못지않은 입담과 필력으로 언니를 기록하고 기억한다. 다만 ‘언니 마리’가 생전의 요네하라처럼 거침없고 유쾌한 방식으로 고인을 추억할 수 있게 하는 반면, ‘나의 형, 체 게바라’는 맹목적인 숭배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선 그동안 수없이 쏟아진 평전과 차별화되지 않아 아쉽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