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변회 ‘2016년 법관 평가’

무성의·고압적 태도에 눈총
재판 중 졸다가 항의받기도
판결문 맞춤법 오류 수두룩
하위평가 받은 법관 5명 선정
‘낙제점 판사’비율은 감소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8일 공개한 2016년도 법관 평가 결과 ‘낙제점 판사’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재판 진행·막말·무성의한 태도는 여전했다. 일부 법관들의 행태가 개선돼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변회 소속 2265명의 변호사가 2283명의 판사를 대상으로 1만4852건의 재판 과정을 평가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평가된 법관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74.83점으로 2015년도 73.01점에 비해 1.82점 상승했다. 예년과 큰 차이는 없는 수치다. 단 5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은 판사의 비율은 1.02%로 전년(3.24%)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4년 4.58%, 2013년 10.58%와 비교하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이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실질적으로 법정문화 개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변회는 5명 이상의 회원이 평가한 법관 중 평균 95점 이상을 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아름·박성만 판사, 위광하 서울고등법원 판사, 이규훈 서울행정법원 판사, 지윤섭 대전고등법원 판사 등 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김 판사는 모든 평가자로부터 100점을 받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판사들의 재판 진행이 나아지는 중에도 일부 판사들의 구태는 여전했다. 당사자에게 ‘나이가 몇인데 애 같다’거나 ‘성숙하지 못하다’는 막말을 계속한 판사도 있었다. 피고인들에게 계속 반말을 해 빈축을 산 경우도 있었다. 유류분 반환 소송에서 양측이 다툼을 벌이자 ‘액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다툼 없이 정리하라’는 식으로 발언한 경우도 있었다.

성의 없는 재판 진행 태도도 많았다. 판결문 일부를 아예 한 소송대리인의 준비서면을 그대로 복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타와 맞춤법 오류까지 똑같이 복사해 망신을 당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혼 소송 중 양육권에 대해 이미 소송 초기 쌍방 합의로 정리됐는데 변론종결을 앞두고 양육권 운운하다 당사자들이 이를 바로잡아 준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형사 단독 사건에서 중요 증인 신문 중 법관이 계속 졸아서 방청 중이던 구속 피고인들의 가족들이 재판 종료 후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중앙선 침범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현장 검증을 신청하자, “도로에서 현장 검증하다가 사고 나면 어쩌라는 거냐. 위험해서 안 하겠다. 철회하라. 신청을 유지하면 기각하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며 신청을 강제로 철회시킨 사례도 있었다.

서울변회는 낙제점 판사로 5명을 꼽았다. 이 중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A 부장판사는 이미 세 차례 하위 법관에 선정됐음에도 또다시 하위 법관으로 꼽혔다. 같은 법원의 B 부장판사는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하위 법관으로 선정됐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