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일주 월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와 그의 네 번째 히트작으로 꼽히는 국내 유일의 숙성 연산을 지닌 저도수 프리미엄 위스키인 ‘그린자켓’. 곽성호 기자

주류 회사 CEO에게 고객관리는 중차대한 과제다. 김일주 월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이를 더 체계화해 ‘내·외부 고객을 중시하라’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압축해 실천하고 있다. 회사 운영의 최대 원천이자, 좋은 경영을 위한 필수 ‘자양분’이라고 설명했다.

내부고객은 직원을, 외부고객은 주류 도매장과 업소를 뜻한다. 한번 맺은 인연은 평생을 유지한다는 각오로 소중히 여긴다.

내부고객을 위해서는 최근 영업직원의 휴식과 여유를 위한 ‘힐링의 날’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격적으로 도입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전국 지점장, 영업본부장 10명과는 매일 저녁 통화를 하며 시장, 영업 흐름과 판도, 소비자 수용 여부를 이해하고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전화는 밤늦게, 11시 이후라도 언제든 상관없다. 귀찮고 피곤할 것 같지만 하지 않으면 궁금해 지고 자연스럽게 서로 간의 유대감이 깊어진다고.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이 처음엔 같이 ‘겸상’을 하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매일 이런 과정을 거치자 어느새 “사장님, 저희 예산이 모자라요. 더 주세요”, “제가 오늘 집안일이 있어 그건 힘들 것 같다”고 친구, 삼촌처럼 편하게 대하게 됐다고. 기자와 인터뷰하던 중에도 모 임원이 “장모님이 혈압이 높아져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외부고객에겐 영업현장을 뛸 때부터 존중과 배려가 몸에 뱄다. 20년 전 제때 밥 못 먹는 웨이터를 따로 불러 밥을 시켜 줬더니 후일 사장이 된 그 웨이터가 “그때 형님이 밥 챙겨줘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거나, 지난 연말 모 업소에 들렀다가 중간간부격인 여종업원이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먼저 주워 닦아 건넸더니 “감동했다. ‘그린자켓’ 열심히 팔겠다”고 했다는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내·외부고객과의 ‘화학적·유기적 결합’을 경쟁의 원천, 발판으로 삼아 위스키 외에도 한국 소주의 세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다. 증류주 분야의 노하우와 자산을 활용해 소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빠르면 연내 신제품을 출시하고 중국, 동남아, 미국, 남아프리카 시장, 유럽까지 공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증류주 소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위스키 역시 처음부터 식사와 같이할 수 있는 ‘1차주’가 되어야만 좀 더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다운 의견을 피력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