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기아 ‘스팅어’

초소형車 등 차체 다변화 바람

‘낯선 녀석들의 습격.’

국내 자동차 시장에 차체 다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해치백 정도가 파격으로 여겨졌지만 얼마 전 명칭부터 생소한 ‘패스트백(Fastback)’ 국산차가 등장을 알리면서 소비자들의 안목 넓히기 작업이 한창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픽업트럭의 국내 상륙이 점쳐지고 초소형 차량 출시까지 예정돼 있는 등 업계 역시 이 분야 블루오션 탐색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9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기아자동차 스팅어의 뒤태에 쏠린 관심이 단적인 예다. 낮은 전고, 긴 휠베이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5.1초 등 고성능 차량의 요소를 곳곳에 심어두면서 5도어 패스트백 스타일로 역동성을 더했다는 것이다. 해치백처럼 트렁크 도어를 따로 두지 않으면서 지붕선 끝부분부터 트렁크 부분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측면선을 특징으로 하는 패스트백은 명칭이 보여주듯 속도감을 강조해 고성능 차량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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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스팅어의 등장이 본격적인 국산차 패스트백 시대의 출발을 알린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트렁크가 분리돼 있어 4도어 ‘노치백(Notchback)’으로 분류된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5, 한국지엠 말리부 등 최근 신형 모델이 비스듬한 곡면으로 비슷한 느낌을 냈지만 정통 패스트백 디자인이 적용된 국산차는 현대차 포니 이후 스팅어가 처음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유려한 뒷모습에도 불구, 실내 공간 활용성이 다소 떨어져 국산차 사이에선 패스트백 유사 스타일이 유행하는 정도였다”며 “스팅어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 따라 신차 디자인 경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패스트백 스타일이 자동차 디자인의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스팅어의 이 같은 행보를 ‘유행의 상륙’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CLS에서 시작된 이 스타일이 이제 쿠페 등 역동성을 내세우는 차량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후 포르쉐 파나메라, BMW 6시리즈, 폭스바겐 CC, 렉서스의 ES350, 닛산 맥시마 등이 패스트백 스타일을 차용했고 아우디 역시 A3, A5, S5, A7은 물론 고성능 모델인 RS7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고성능 차량은 물론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패스트백 스타일을 국산차 업계가 받아들이면서 차체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02년 무쏘 스포츠, 2006년 액티언 스포츠, 2012년 코란도 스포츠로 국산차 중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양산하는 쌍용자동차의 아성에 맞서 수입차 업계는 시장성 가늠에 분주한 모양새다. 2015년 9월 딜러사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중국 상용차 1위 포톤자동차의 픽업트럭 튠랜드는 현재 유로5 등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판매에 제동이 걸렸지만 출시 초기만 해도 100여 대 물량이 완판되는 등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미국에서 34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포드 F150 시리즈 등 F시리즈 픽업트럭 역시 지난해부터 병행수입으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다. 여기에 2015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싼타크루즈(HCD-15)’라는 크로스오버 형태의 픽업트럭 콘셉트카를 공개한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를 모기업으로 둔 한국지엠 역시 시장 수요를 살피는 등 국산차 업계도 분위기 탐색에 나섰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스포츠 구매 고객 중 46%가 다른 차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 시장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듯 픽업트럭 수요는 꾸준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 승용차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소형 차량도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2년 출시 후 프랑스 등 유럽에서만 1만8000대 이상 판매된 르노 전기차 트위지 얘기다. 상반기 내 출시가 예상되는 이 차량은 배달 업계와 도심 근거리 통근족들을 위한 틈새시장을 파고들 전망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