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데 65세가 되면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모든 선출직과 정무직에서 물러나게 하자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정치나 공직(公職) 경험자가 일선에서 물러나 계셔야 극한 대립이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며 ‘65세 정년’을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만 72세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쟁자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김종인(76)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74) 국민의당 대표의 활약이 눈엣가시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헌법의 차별 금지와 피선거권 조항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평균 연령의 상승 등 사회 변화에도 역행한다. 또 민주당의 정신적·정치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74세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선 경쟁자는 모두 70대였으며,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도 70세다. 표 의원 주장대로라면 문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1년도 못 돼 ‘정년퇴임’을 해야 한다.

이런 황당한 측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파적 필요에 따라 헌법도 원칙도 상식도 저버릴 수 있다는 발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교수 출신인 표 의원이 문제점들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에서는 ‘노인 폄훼’ 파문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04년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는 발언을 했고, 2012년 제19대 총선 때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노인네들 시청역 못 오게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버리자” 발언이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