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성립(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17일 오전 회사 재무부서에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도록 회계사기를 지시한 혐의와 관련,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檢‘1200억원 회계사기’조사
‘채권단 지원받으려 조작’ 판단
정성립 “축소 지시 사실 아냐”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7일 정성립(67)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남상태(67)·고재호(62) 전 사장이 경영 비리와 천문학적 액수의 회계사기(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현 사장마저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날 특수단에 따르면 정 사장은 2015년 회계연도 결산 과정에서 1200억 원 상당의 영업 손실을 축소·조작하도록 지시 또는 개입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4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정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재무부서에 영업손실 축소 등 회계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한 뒤 “검찰에 가서 이야기하겠다”고 언급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특수단은 정 사장이 채권단으로부터 계속 지원을 받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면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우려한 것도 회계사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은 정 사장이 취임한 뒤인 지난해 3월 작성된 회계 보고서에 2015년 영업손실이 축소·조작된 증거를 확보한 뒤, 회계사기에 가담한 실무진으로부터 1200억 원대 영업 손실을 축소·조작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59) 부사장을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소환조사 한 바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5월 취임한 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남상태(2006년 3월∼2012년 3월 재임)·고재호(2012년 3월∼2015년 5월 재임) 사장 시절 저질러진 회계 조작과 각종 경영 비리를 청산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3조 원대 손실을 공식화하고 과거 각종 손실·부실 요소를 한 번에 털어버리는 ‘빅 배스’(CEO 교체기 때 이전의 부실을 확 털어내는 것)를 단행해 주목받았다.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전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묻겠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정작 자신도 회계비리로 조사받는 처지가 됐다.

검찰은 정 사장을 조사한 후 불구속기소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대우조선해양의 일부 추가적인 경영 비리에 대한 수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