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편한 이모 - 조카 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 22부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최순실(맨 오른쪽) 씨와 조카 장시호(왼쪽 두 번째) 씨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구속 이후 처음 얼굴을 마주쳤다. 사진공동취재단

張 “삼성에 후원금 강요” 인정
제2태블릿 제출로 崔와 틀어져

‘판다 = 김종’‘대빵 = 崔’ 추정
張 자택 금고서 문건들 압수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 씨가 삼성그룹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급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7일 재판에서 대면했다. 최근 장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 씨가 사용한 제2의 태블릿PC를 제출한 후 처음 만난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영재센터를 설립해 후원금 명목으로 삼성그룹으로부터 16억2800만 원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씨와 장 씨,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출석했다. 이들 3명 모두 국민참여재판은 거부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장 씨 측은 혐의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는 입장을 취했다.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재판부에 장 씨 측은 “삼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문체부 보조금과 관련된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후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에서 밝혀졌듯 삼성과 청와대가 소통해서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최 씨 측은 “김 전 차관에게 ‘재단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기업 후원을 알아봐 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삼성이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을 특정해 지원을 알아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동계 스포츠가 좋은 취지로 금메달을 향하고 있어 (김 전 차관에게)도와주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장 씨는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 5일 장 씨가 최 씨의 또 다른 태블릿PC를 특검팀에 제출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장 씨가 태블릿PC를 제출하면서 “검찰에 제출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 소유자가 아니며 사용할 줄도 모른다”고 주장하던 최 씨 측 논리가 깨졌고 특검팀은 제출받은 태블릿PC를 분석해 최 씨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 증거를 대량 확보했다. 장 씨 측이 주요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최근에는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향후 재판부 선고에서 유리한 양형 사유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서증(서류증거)조사를 통해 장 씨와 김 전 차관이 동계 스포츠 사업과 관련, 밀착해서 활동한 증거를 공개했다. 장 씨는 김 전 차관을 ‘판다 아저씨’로 호칭했는데, 검찰이 장 씨의 자택 금고에서 압수한 문건 목록 중에는 ‘MR. 판다서류’로 분류된 서류들이 있었다. 또 검찰은 “장 씨 자택에서 ‘대빵 드림’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대빵’은 최순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