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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생각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서로 사랑한다. 그게 가족이다. ‘단지 세상의 끝’(사진)은 이런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각자 깊이 묻어둔 상처를 끄집어내며 서로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지만 마음속에는 애틋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오래 전 집을 떠난 청년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3시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20대 초반에 훌쩍 집에서 나와 유명 작가로 성장한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12년 만에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루이는 자신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어머니(나탈리 베이), 오빠와의 재회에 들떠 있는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동생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하는 형 앙투완(뱅상 카셀), 처음 시동생과 만난 형수 카트린(마리옹 코티야르) 등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 재회의 정을 나눈다. 하지만 따뜻한 시간이 지난 후 이들은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꺼내며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앙투완은 이유 없이 루이에게 화를 내고, 쉬잔도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자식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카트린은 남편에게 쓴소리를 하고, 루이는 입을 다문 채 이들을 지켜본다. 루이는 끝내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돌아서지만 그의 입가엔 묘한 미소가 그려진다.

이 영화는 19세 때 만든 데뷔작부터 칸의 부름을 받은 캐나다 출신 천재 감독 그자비에 돌란의 여섯 번째 연출작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다섯 명의 배우가 긴 대사를 쏟아내는 장면이 이어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적절한 음악과 효과음으로 포장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돌란 감독의 천재성이 빛나는 대목이다. 또 뱅상 카셀, 마리옹 코티야르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깊은 연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지며 영화가 강조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는다. “집은 항구가 아니야／마음을 다치는 곳”이라는 노랫말로 시작한 영화는 “오 주여 너무 힘이 듭니다／내 고난은 신밖에 모르시니”라는 노래로 마무리된다. 두 곡의 가사에 영화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