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다시 독립’내심 반겨
정책파트선 “추진력 약해질것”
“정권마다 간판바뀌나” 지적도

조기 대선 전망 속에 경제정책의 중심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10년 만에 다시 쪼갠다는 ‘여의도발(發) 정부부처 개편론’이 흘러나와 정부세종청사 4동(기재부 건물)이 술렁이고 있다. 표정관리에 들어간 예산실과 달갑지 않은 경제정책국 등 실·국별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비대해진 기재부 몸집을 줄여 국가전략 구상 같은 ‘브레인’ 역할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잦은 부처 개편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하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16일 관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가 지난주 토론회에서 내놓은 차기 정부 조직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재부 나누기’다. 기재부를 해체해 국가재정부(예산·조세)와 금융부 또는 기획예산처(전략·예산)와 재정금융부를 설립한다는 게 골자다.

1948년 재무부·기획처로 첫 출범한 기재부는 1961년 재무부·경제기획원으로 개편됐다가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합쳐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다시 쪼개졌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란 지금의 이름으로 재통합됐다. 지난 10년간 독립을 꿈꾸던 예산실은 내심 이 같은 소식을 반기고 있다. 예산실의 한 과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해 경제정책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업무도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거시 및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정책3국(경제정책국 등) 소속의 과장급 공무원은 “예산과 세제라는 수단을 갖고 있어야 정책 추진이 힘을 받는다”면서 “한 조직에 있는 지금도 입장이 달라 조율이 잘 안 되는데 분리되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경제의 미래비전을 구상하기엔 조직이 너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부처 간판이 바뀌는 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예산실의 한 국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부처도 같이 바뀌는 건 후진국이나 할 짓”이라며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정책3국 소속 한 과장은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며 지켜본 결과 붙이나 떼나 ‘거기서 거기’였다”며 “새 정부에서 또 실험한다면 공무원은 따라가야지 어떡하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