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호무역 영향’ 보고서
“철강·車·石化 규제강화 소지”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무역규제 건수가 10% 늘어나면 우리나라 수출이 1% 정도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호무역주의 현황 및 우리수출에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회귀분석 결과 세계 무역규제 건수가 10% 증가할 때 우리나라 수출은 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전 세계 무역규제가 10% 늘어났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4955억 달러의 1%인 약 5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귀분석에서 무역규제에는 무역구제 조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덤핑(Anti-Dumping) 건수가 사용됐고, 세계 수입 수요와 환율, 국제유가 등이 통제변수로 사용됐다. 보호무역조치는 관세조치와 비관세조치로 나뉘는데, 비관세조치에는 반덤핑, 상계관계, 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구제조치와 위생검역 등 규제 조치가 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구제조치 건수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7.3%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구제조치의 영향을 받는 세계 생산품 비중이 2000년 1%에서 2015년 2.5% 내외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무역규제 품목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총수출 금액에서 무역규제 품목의 전세계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2010년 평균 2.2%에서 2011~2016년 6.5%로 3배로 확대됐다. 또 총수출에서 무역규제 품목이 규제를 시행한 국가에 수출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3%에서 0.5%로 증가했다. 한은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무역규제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 차질 규모가 2017~2020년 중 통관수출의 0.8% 내외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 유럽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결속력 약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우리 수출산업의 주력인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글로벌 공급과잉 부문에서 무역규제가 강화될 소지가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는 모두 182건이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