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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가 상담뒤 최악선택 포기”
“자살 명소 안내하는 역효과도”

한강 교량 곳곳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사진)의 실효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한강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으려던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생명의 전화로 상담을 받은 뒤 마음을 바꾸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생명의 전화를 홍보할수록 되레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살 명소’를 안내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생명의 전화는 2011년 7월 투신 예방 목적으로 도입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한국생명의전화가 공동으로 전국 21개 교량에 총 79대를 설치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다리는 서울 18개, 경기·강원 2개, 부산 1개 등이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는 자살 예방에 효과를 발휘했다. 16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생명의 전화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559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752명(84.9%)이 상담을 받은 뒤 삶을 이어가기로 생각을 고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는 “생명의 전화가 오히려 극단적인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해당 장소를 찾게끔 유인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국립춘천병원 원장도 “생명의 전화와 관련해 실적을 홍보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살 명소’라고 마케팅을 하는 셈”이라며 “생명의 전화 설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홍보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전화 상담을 하고도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이날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윤모(여·25) 씨가 지난 3일 오전 7시쯤 광진구 광진교 남단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앞에서 상담원과 통화한 뒤 한강으로 뛰어내렸다. 상담원이 즉시 119에 신고해 구조된 윤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반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생명의 전화로 상담을 할 경우, 만약 다리에서 뛰어내리더라도 위치파악이 가능해 신속히 구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 자살 시도자 구조율은 51%였지만, 지난해 9월 기준 구조율은 98%까지 올라갔다”며 “투신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도 생명의 전화가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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