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사드 보복 압박에 속타는 롯데

전체 매출의 70% 中관광객
수천억 적자 겹쳐 ‘설상가상’
軍, 부지감정평가 조만간 발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성주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을 국방부와 맞교환하기로 한 롯데그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예상돼 관련 사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성주골프장의 소유사인 롯데상사는 경기 남양주 군용지와 성주골프장의 교환 계약을 승인할 이사회 개최 날짜를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와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성주골프장과 남양주시의 군용지를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연말에 두 지역의 감정평가 작업을 마쳤고, 이번 주 내에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측은 설 이전에 부지 교환 계약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미국의 정권 교체와 국내 정국 등의 상황 때문에 계약이 설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계약 일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계약 체결 시 중국의 강도 높은 보복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사업장들에 대해 이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위생점검, 안전점검에 나섰다. 중국은 사드와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가 같은 달 국방부와 부지 교환에 합의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중국 관련 사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톈진(天津), 선양(瀋陽), 웨이하이(威海), 청두(成都) 등에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청두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건설, 오는 2019년 완공할 예정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강화된다면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 기업으로서 역할과 중국과의 관계, 경제적 손실 사이에서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대중국 사업 손실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롯데는 지난 2015년 중국 경기 하락 등이 반영돼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장부상 최소 3000억 원의 손실을 봤고,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반대세력으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 왔다. 중국 내에서의 손실이 계속된다면 신 회장에 대한 공격도 커질 전망이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1월 초 롯데의 성주골프장과 교환할 남양주 군용지에 대해 진행한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다”며 “롯데 측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감정평가 결과 공개에 동의하면 국방부가 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성주골프장의 감정평가액은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우·정충신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