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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도요정 김복주’ 끝낸 이성경

촬영하는 내내 ‘복주’로 살아
떠나보내기 아쉬워 펑펑 울어

“이성경이 아닌 김복주이길 바랐다.”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마친 배우 이성경(사진)은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치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만족스러워하는 복주처럼, 이성경은 생애 첫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 꽤 만족스러웠다. 이는 ‘역도요정 김복주’를 챙겨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지친 세상에, 자극성 강한 이야기가 가득한 TV 속에서 찬란했던 청춘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MSG 없는 담백한 ‘슬로 푸드’였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것을 촬영을 마친 후에 더 크게 깨달았어요. 마지막회를 보는 내내 울어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요. 너무 복주를 떠나보내기 아쉬웠죠. 주위 사람들이 1시간 반은 울었다고 했어요. 복주를 비롯해 가족 같았던 모두를 떠나보내기 싫었던 것 같아요.”

이 드라마는 이성경에겐 대단한 도전이었다. 단순히 처음으로 주어진 주인공 역할이어서가 아니다. 정통 모델 출신으로 평생 ‘44사이즈’ 이하의 몸을 유지해온 그에게 역도선수가 되라는 건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대본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복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도에도 체급이 있고, 그가 생각하는 무제한급 역도선수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역도선수를 연기하라고? 나 모델인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마성의 끌림’에 이끌려갔죠. 그래서 시작을 했고, 복주가 되기 위해 제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어요. 살이 트고 라인이 달라지는 제 몸을 보며 우울하기도 했죠. 탄수화물 중독으로 체질이 바뀌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죠. 하지만 점점 복주에 동화돼 갔고, 연기하는 즐거움도 알게 됐어요. 원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몸 사이즈를 재는 습관이 있었는데, 아침에 얼굴이 부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란 걸 깨닫는 기회였어요.”

이성경의 상대는 전지현이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푸른바다의 전설’은 사실 체급이 다른 상대였다.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작가의 신작인데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하니 시청률 균형은 처음부터 무너졌다. 하지만 ‘역도요정 김복주’는 굳세게 버텼다. 시청률 곡선은 서서히 상승세를 보였다. 절대적 시청률은 뒤졌으나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이 드라마를 지켜 본 시청자들의 만족감만큼은 1등이었다.

“전 꽤 건강한 생각을 갖고 살아요. 그래서인지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보는 분들이 정말 사랑해 준다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뭉클하고 짠했죠. 어찌 보면 잃을 게 없어서 모두가 행복하게 만들어갔어요. ‘가진 게 없어서 두렵지 않고, 가질 게 있어서 더 설레는 지금’이라는 극중 대사가 딱 우리의 마음을 대변했던 것 같아요. 촬영 내내 이성경이 아닌 복주로 불리길 바랐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대표작이 생긴 것 같아 기뻐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