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재판’ 첫 증인 신문
컴투게더 대표 측근 등 증언

광고사 강탈 입증진술 잇따라
차은택·송성각 주장과 배치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를 등에 업고 광고사를 강탈하려 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기소된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다른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하거나 강탈 사실을 입증하는 증인진술이 잇따라 나왔다. 향후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수록 광고사 강탈과 관련된 최 씨 측근들의 국정농단 전반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3일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차 전 단장 등에 대한 제2회 공판에서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압박을 받았던 한상규(63) 컴투게더 대표의 측근 주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한 대표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포레카의 지분 대부분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무조사 등으로 괴롭히겠다고 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주 씨는 증인진술을 통해 배치되는 주장을 한 것이다.

주 씨는 한 대표가 차 전 단장 측의 압박 때문에 포레카를 인수한 이후에도 줄곧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주 씨에 따르면 포레카는 포스코와 인수 협상을 하며 ‘언론협찬’ 업무도 맡기로 했으나, 포스코는 이후 관련 업무를 맡기지 않았고 주요 사업에서 포레카를 배제시켰다. 배제된 이유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주 씨는 “(포스코가) 청와대의 압력을 받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차 전 단장 등을 통해 포레카 강탈 압박을 받자 측근이자 회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맡는 주 씨에게 ‘포레카 게이트 관계도’를 작성토록 했다. 이후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자 주 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관계도를 제출했고 당시 한 대표에게 가해진 차 전 단장 측의 압력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증인신문 전 김영수(47) 전 포레카 대표 측은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컴투게더 한 대표에 대한 강압은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여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대표 측은 “지난 재판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모든 상황을 피해자 입장에서 살펴본 결과 (한 대표가) 압박과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차 전 단장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 오후부터는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재판이 이어졌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11일 서증(서류증거)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검찰이 제출한 서류증거만 2만7000페이지에 달해 추가로 재판을 잡고 서증조사를 벌였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