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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달걀에도 뼈가 있다는, 계란유골(鷄卵有骨)이란 속담이 있다. 복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회를 만나도 덕을 못 본다는 의미로 쓰인다. 조선 세종 때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황희 정승과 관련된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느 날 세종이 명을 내렸다. “오늘 하루 동안 숭례문으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황 대감 집으로 보내라.” 황 정승이 원체 청렴하게 살아 집이 빈궁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던가, 그날따라 종일 비바람이 그치지 않아 숭례문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없었다. 저녁 무렵이 돼서야 고작 달걀 한 꾸러미가 들어왔고, 그대로 배달됐는데…. 기막힌 일은, 그 달걀마저도 모두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는 것! 곯아서 부화에 실패한 달걀이었던지 병아리 뼈가 들어 있었고, 그래서 계란유골이란 말이 생겨났다 한다.

달걀과 관련, 최근의 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핀란드 이스턴대학의 위르키 K 비르타넨 교수팀에 따르면, 달걀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이지만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에 달걀 1개씩 먹은 사람의 경우 오히려 언어와 인지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니 상식 밖이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가 단백질, 지방, 무기질과 미량의 철분 및 비타민A 등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달걀을 마음껏 먹을 수가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12일 0시 기준 3170만 마리나 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알 낳는 닭 2300만 마리와 번식용 산란종계 43만7000 마리도 포함돼 있다. 각각 전체의 3분의 1가량과 절반 이상을 파묻었다. 그 여파로 닭과 달걀이 부족해 시중의 달걀값이 뛰고 있다. 설 명절이 보름 앞이니 달걀도 수입해 온다. 이르면 다음 주말부터 시중 마트에서 팔 것이라고 한다. 30개들이 한 판 값이 9000원 가까이 될 것이라니 ‘황금 달걀’ 말이 나올 판이다. 수입 달걀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이래저래 심란하다.

말이나 소에 비해 몸집이 작고 개체 수가 많은 닭은 상대적으로 질병 치료술이 뒤지는 편이다. 게다가 변형을 일으키는 AI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에는 더 많은 인원과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한 닭과 달걀을 위해서도 우리의 식탁 안전을 위해서도 국가적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