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나 헌법재판소, 법원의 증인 신문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든지 명확히 하기 위한 절차다. 국회증언감정법 제2조와 형사소송법 제146조가 누구든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를 명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반 국민도 이런 의무를 존중하는데, 한때 대통령 주변에서 공직을 맡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사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국정농단 일당은 온갖 사유를 앞세워 이 의무를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9일 마지막 청문회는 채택된 20명 가운데 출석 증인이 4명에 그치면서 불출석 내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자가 35명에 이르렀다. 최순실 씨는 물론, 청와대의 ‘문고리 3인’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우병우·안종범 전 수석 등도 ‘5년 이하 징역’이 법정형인 국회모욕죄로 고발됐다. 일당의 증언 기피로 10일 헌재의 제3차 변론도 절반의 성과에도 못 미칠 상황이다. 헌재는 정호성-안종범-최순실 차례로 신문해 탄핵심판 제1 쟁점인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위반’을 심리할 계획이었지만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11일자 재판 준비를 이유로 9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특검의 소환에 이날 네 번째로 불응하면서 ‘헌재 출석 준비’ 때문으로 둘러댔다.

법치(法治) 농락의 극치다. 그런 그가 법원의 재판엔 빠짐없이 참석해 형량을 줄이려고 기를 쓰고 있다. 헌재와 특검은 구인·체포해서라도 법치를 관철해야 한다. 국회는 불출석·위증죄를 더 엄단할 수 있게 제도 개선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