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실행 용인 정황
특검, 이르면 금주 金·趙 소환

정권 차원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1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정황을 포착,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문화일보 1월 5일자 9면 참조)

특검은 박 대통령의 용인하에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총괄 지시한 뒤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보고,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소환할 방침이다. 특검은 앞서 지난 8일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한 피의자로 소환했다.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과 30일 각각 참고인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었다. 특검이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한 것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상당한 물증과 증언 등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정무비서관도 블랙리스트 관련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특검은 앞서 김 전 실장 주거지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 일부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또 사건 관계자 총 13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서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유통·관리 배경, 과정 등에 관한 진술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박 대통령의 묵인 아래 ‘김기춘 총괄 지시→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작성→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전달→문체부 실행’ 경로로 블랙리스트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들 간에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 등에 따라 피의자로 입건된 이들 중 일부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결정한 뒤, 의혹의 꼭짓점에 있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소환할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소환은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