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삼성 수뇌부 “…” 최지성(왼쪽 사진)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특검 “뇌물혐의 조사 끝” 자신
삼성 “피해자” 대가성 전면부인
최지성·장충기 오늘 소환 조사
삼성 끝낸 뒤 CJ·부영 등 캘 듯

朴-최순실 공동재산 의혹 관련
신동욱 불러 육영재단 등 조사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그룹 간 ‘법리 대결’이 벌써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9일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조사가 다 돼 있다”며 “최종 확인차 수뇌부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해 삼성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은 “우리는 공갈·강요의 피해자일 뿐”이라며 특검팀에 맞서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 일가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 수뇌부로부터 대가성과 관련한 ‘자백’을 듣는 것과 상관없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일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장충기(63)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66)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차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특검팀이 지난해 12월 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삼성의 심장부인 미래전략실 고위관계자를 공개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지만 “조사 도중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특검 관계자가 밝혔다.

특검팀은 삼성 수뇌부가 줄소환되는 이번 주를 특검 성패를 좌우할 한 주로 인식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 수뇌부를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 기류다. 삼성의 최 씨 일가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죄를 밝혀야 수사의 최종 ‘목적지’인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정조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그간 수사를 통해 삼성이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80억 원가량을 지원하고, 최 씨와 그의 조카딸 장시호(38) 씨 소유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한 것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언과 관련, 위증 혐의도 적극 수사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은 ‘대가성’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 합병 건은 이 부회장의 승계와 직접 관련된 것이어서 삼성 측이 대가성과 관련한 자백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롯데·SK·CJ·부영그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등 대기업 수사 전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최근 이중근(76) 부영 회장 등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팀은 최 씨와 박 대통령 간 ‘공동재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 씨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이날 조사하는 등 육영재단 재산 형성 과정 파악에 들어갔다. 공동재산 단서가 포착되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를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 2007년 육영재단 폭력 사태와 최근 언론을 통해 재조명된 박 대통령 ‘5촌 조카 살인 사건’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손기은·이후연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