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제프리 색스와…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4일 “한국의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경제 상황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데 제프리 색스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반 전 총장이 지난해 11월 색스 교수와 이야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경제팀 면담 추진하고
“젊은층 좌절” 20∼40대 겨냥
박지원 등 호남 껴안기도 시도
‘강점 홍보’ 대신 ‘약점 보강’

MB계 김두우 등 潘지원 준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을 앞두고 경제·청년·호남 등 3대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외교·통일 전문가, 충청 출신 정치인, 50~60대 지지율 선두권 등의 강점 대신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통일 대통령’을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친반(친반기문) 그룹에서는 “피강자보(彼强自保·상대가 강한 곳에서 나를 보전해야 한다)의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피강자보는 바둑을 둘 때 마음가짐을 정리한 위기십결 중 하나로 ‘상대가 강하면 자신을 보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귀국 전 트럼프정부 경제 사령탑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와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사령탑과의 면담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도 준비된 면모를 드러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세대별로는 20~40대 청년층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3일에도 “한국의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좌절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제프리 색스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협의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에도 대학강연을 통해 청년들과 직접 만나 실업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청취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50대 이상에서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 측은 ‘개헌’을 고리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호남 세력을 껴안는 데도 적극적이다. 반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지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 박 의원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한국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오래전부터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얘기했는데, 맞는 말 아니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그중에서도 호남 지역에 유리한 중대선거구제 지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호남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MB(이명박)계인 김두우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최근 서울 마포 인근에 별도 사무실을 내고 반 전 총장의 귀국 행보를 지원하는 실무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