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만명 표심 놓고 ‘아전인수’
文측 “촛불민심에 영향 野性”
潘측 “부모세대에 영향 保守”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자 대선 양강 구도를 이루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표정은 엇갈렸다. 10대 청소년들이 촛불 민심을 주도하며 ‘야성’을 드러냈듯이, 18세 유권자 63만 명의 표심은 결국 야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 때문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인사들은 “야권에만 유리하다는 해석은 막연한 고정관념”이라며 “여권에도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친반(親潘·친반기문) 그룹은 5일 선거연령 하향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의 내부 분위기와 새누리당의 반응에 종일 촉각을 세웠다. 50∼60대에서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대 지지율은 문 전 대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연령이 낮아진다고 해서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말도 나왔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청년 실업문제가 심화하면서 대학가가 예전만큼 이념논리에 좌우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이 고민하는 실업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가는지가 청년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부모세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며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 유권자들은 이러한 성향이 더욱 강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캠프에서는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20대가 문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촛불 민심 등을 고려할 때 선거연령 하향조정은 야권에 유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20대 젊은층의 높은 정치참여율이 승리 요인이었듯, 이번 대선에서도 18세 유권자 표심이 박빙 승부를 야권에 유리하게 끌고 갈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18세는 투표권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이제 정치가 제 몫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선거는 ‘19금 포르노’가 아니다”면서 투표연령 하향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