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초등 5·6학년 교과서 한자 표기 배경

“교재 124종류 달해 혼란
페이지 밑단·옆단에 표기
‘한글 전용’ 어긋나지 않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기로 한 것은 학생들의 개념 이해를 돕겠다는 차원에서다. 이미 많은 초등학교가 한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한자나 학습이 별다른 학습기준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1970년부터 시행된 한글전용화정책 이후 한자 표기가 전반적으로 사라진 뒤 47년여 만에 학습 수준에 맞춰 표기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30일 한자 교육 자체보다는 초등학생 수준에 적합하고 학습 용어의 이해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 과학의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항성’(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용어의 경우, 페이지 밑단이나 옆 단에 ‘항성(恒星):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 같은 방식으로 표기한다. ‘우주’(집 우:宇, 집 주:宙)처럼 한자가 용어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표기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미 전국 초등학교의 98%인 5800여 개 학교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시·도의 초등 한자 교재만 124종류에 달하고, 모 교재의 경우 초등학교 3∼6학년 과정에서 한자 학습량이 무려 1080자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아이들이 오히려 필요 이상의 한자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자 표기는 한자 교육 자체보다는 이런 문제를 고쳐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러면서 교사들에게 병기되는 한자에 대해 암기를 강요하거나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지침도 내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특히, 한자 병기 기준이 지난해 11월 24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 헌재는 학부모와 교수, 한자·한문 강사 등 333명이 “공문서에 한글전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했었다. 그러면서 중·고교 한문 교육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꾼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헌재는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지 않은 이유로 ‘교과서 한자 병기’를 꼽으며, 한자를 접하고 익힐 기회가 주어져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한자 병기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한자 병기’와 같이 이해를 돕는 방법이 이미 있기 때문에 굳이 한자 교육을 ‘필수’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이번 결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도 개념 이해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한자를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한자 병행’으로 전환된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