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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논설위원

더러 10분이라 했다. 그리 길지 않아 10초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구속 기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얘기다. 주초 26일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출소 후에 운명이라 생각하고 퇴임한 박 대통령을 모실 것”이라고 한숨 쉬듯 한 그의 육성이다. 파일을 통해 박 대통령이 사소한 일상사조차 직접 판단하지 못하고 ‘최순실 선생님의 의견’을 구하는 대목 대목을 듣다 못 한 검사들이 경국(經國) 아닌 그 경국(傾國)을 한탄했다던가:

“10분만 파일을 듣고 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이 정도로 무능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 파일이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그러니까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이틀 전에 경국의 그 파일을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촛불’은 그때 이미 ‘횃불’ 이상으로 강렬했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도 그 파일, 그 촛불 그리고 횃불과 무관할 리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딴살림 차리기 시작한 새누리당 비박(非朴)계가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과 탄핵 소추 사이를 오락가락할 그때도 광화문에 운집한 백만 촛불은 일단의 횃불을 위해 길을 열어주었더랬다. 질서정연했다. 아무도 그 횃불이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청와대 길목을 막는 경찰(까지)도….

정작 위험한 것은 차기 집권을 도모하는 더불어민주당 윗선의 위헌 발언 시리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소추 발의 전에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함께 “60일 조기 대선이 무리하다면 더 합리적인 결정들을 국민이 공론을 모아 해주지 않겠느냐”며 헌법 제68조 2항 명문도 건너뛸 수 있기라도 하듯 말하더니, 헌재가 탄핵 심리를 서두르자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그다음엔 혁명밖에 없다”고까지 겁박했다. 그의 주변도 위험천만 위헌 발언이 차고 넘친다.

박 대통령의 위헌 궤적을 성토하면서 자신들은 필요할 때마다 위헌을 무릅쓰는 저들 속내는 위험하지 않은 횃불이 혹 불만스러운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