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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부 기업 오너 일가 자제들의 ‘일탈’ 소식이 잇따라 전해져 세밑 민심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모 이사는 27일 재물손괴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술집에서 취한 채 종업원과 시비가 붙은 장 씨가 매장 내 진열장의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지난 2일 장 씨가 동국제강 이사로 선임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앞서 아버지 장 회장은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려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3년 6개월 실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화장품·뷰티업종 기업 두정물산 임병선 대표의 아들 임모 씨는 비행 중인 항공기 내에서 난동을 부려 기업과 일가뿐만 아니라 나라 망신까지 자초했다. 임 씨는 대한항공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탑승 거절 통지를 받는 첫 승객이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위치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커녕 ‘노블레스 말라드(부패한 귀족)’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이들의 일탈 여파는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과 기업인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 됐다. 나아가 반(反)기업정서를 더욱 부채질해 기업 경영 환경까지도 위협한다.

대표 유통 기업 중 하나로 ‘애슐리’ 등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의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 수만 명의 임금 84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공분을 샀다. 올해 국내 전체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점을 미뤄 볼 때,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이랜드파크처럼 고의 체불·미지급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국 혼란,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이 최악인 요즘이다.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거나 비상식적인 기업인의 일탈 행위가 이어지면 결국 기업 전체가 피해를 본다. 재계 내부의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최재규 경제산업부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