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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선 구속영장 청구할 듯

재계 “국민연금 복지부동땐
방파제 역할 기대할 수 없어
해외투기자본 놀이터로 전락”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26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배임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수사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한 국민연금 측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려 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칫 결과론만으로 ‘적정한 경영(투자)판단’까지 배임죄로 옭아매려는 기류가 가속화하면 장기적인 경영(투자)판단은 물론, ‘기업가 정신’조차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면 결국 국내 자본시장은 ‘해외 투기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기업의 경영권 방어 비용 부담 역시 엄청난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7일 재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배임 혐의 수사로 인해 검찰이 기업인을 배임 혐의로 기소할 때마다 반복돼 온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국민연금 임원진이 합병 찬성으로 3000억 원대의 손실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찬성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다. 주주총회 합병 가액(2015년 5월 22일·15만9294원)과 지난 10월 25일 물산 종가(16만9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은 1229억 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물론 이달 26일 삼성물산 종가는 12만6500원으로 합병기준 가격보다 20.6%나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건설과 유통업종의 주가지수가 각각 25.5%, 22.8%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주가는 오히려 ‘선방’한 셈이다.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면 해외 투기 펀드에 삼성이 당했다는 사실에 삼성 관련 주식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가 ‘패닉’ 상황을 맞고, 주요 기업 대부분에 투자해 놓은 국민연금의 손실도 더욱 커졌을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논란이 돼 온 양사의 ‘합병비율’도 사실 법 규정을 준수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으나 국민연금의 자체 산정 비율은 1대 0.46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 한 달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강행규정’이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 행위가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당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대신 투자위원회만 열어 찬성을 결정해,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지적은 제도 개선의 숙제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도 투자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경영 책임 회피가 능사라는 선례를 만들어 앞으로 국민연금의 ‘족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해외 투기세력의 공세에 대한 국민연금의 방파제 역할이 무너지면 국내 자본시장은 해외 투기자본에 농락당하고 그만큼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30대 그룹 계열사는 93개에 달한다.

이관범·윤정선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