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40년째 길러… 평화·비폭력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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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조아려 하늘을 받든다’
稽首侍天(계수시천) 실행이 이웃 사랑

이문주 요셉의원 원장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을 때 마태복음 20장 28절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왔다’를 서원(誓願)하는 성구(聖句)로 정했다. 이 신부는 또 계수시천(稽首侍天)을 사제생활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사제 서품을 받은 1962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행되던 시기였는데 당시 논의 주제가 ‘봉사하는 교회’였다. 그래서 그 성구를 서원으로 정했고, 그 서원이 오늘까지 이어졌다”며 “‘계수시천’은 ‘머리를 조아려 하늘을 받든다’는 의미로 내 삶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느님 앞에 모든 사람은 먼지 같은 존재다. 그래서 항상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다는 마음으로 생활해야 한다”며 “계수시천의 실행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하느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서 실천하고 나누는 것이 우리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부의 이 같은 생활신조가 고 선우경식 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이게 했다. 이 신부는 1980년 개원한 강남성모병원에서 원목신부로 있을 때 미국에서 전문의를 따고 온 선우 원장을 처음 만났다. 선우 원장은 이 신부에게 무료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자신의 뜻을 밝혔고, 이 신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그를 응원했다. 이 신부는 “2008년에 위암이 걸린 선우 원장이 ‘병자(病者) 성사를 받고 싶다’고 해 그의 집에 갔다. 처음 요셉의원 지도신부를 맡을 때 ‘나는 빵을 나눠줄 테니 신부님은 주님의 말씀을 나눠주십시오’라고 했는데 그날은 ‘빵과 말씀은 같은 것’이라며 내게 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며 “고민했지만 선우 원장이 열흘 후 돌아가셨고, 곧 의사 선생님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신부의 긴 수염은 자연적인 삶에 대한 각성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그는 “1976년에 필리핀으로 연수를 갔을 때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사는 원주민과 당시 민주화 투쟁을 펼치며 혼란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비교됐다”며 “나부터 칼질을 안 하겠다는 의미로 그때부터 수염을 깎지 않았다. 그 이후 한 번도 자른 적이 없지만 저절로 빠지고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염을 기르며 인내심이 생겼다”며 “수염이 검을 때는 아이들이 무서워하더니 하얗게 변하니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신부는 요즘도 ‘초심을 잃은 게 아닌가’ 성찰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여생도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계수시천의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며 “저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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