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덕우 교사가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중 인근 체육관에서 장민수 군의 체력 단련을 위해 벤치프레스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한덕우 교사 제공

안산 단원중 한덕우 교사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보다 할머니를 먼저 생각할 정도로 일찍 철든 아이를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착하고 성실한 아이가 운동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할 생각입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중 한덕우(36) 교사는 투포환 유망주 장민수(13) 군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한 교사는 뛰어난 기량의 장 군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눈여겨보다 단원중으로 스카우트했다.

한 교사는 22일 “민수는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투포환 운동을 시작했지만,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며 “남들보다 좋은 체격조건(180㎝, 90㎏)에다 부지런하기까지 하다”고 장 군을 칭찬했다.

장 군은 운동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지난해 7월 교보생명컵 전국 초등학교 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 2위, 같은 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36회 전국 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촉망받는 장 군이지만, 한 교사에게는 어떤 제자보다 ‘아픈 손가락’이다. 한 교사는 “민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손가정 학생인데도, 힘든 내색 없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학과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친구들과 사이까지 좋은 대견한 제자”라고 말했다.

한 교사는 장 군이 운동 외에 다른 고민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그는 “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장학지원 등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하굣길에 차로 태워다주며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는 “고민거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등하굣길에 함께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교사가 이처럼 살뜰히 장 군을 보살피고 있지만,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한창 먹성이 좋을 나이인 장 군이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이 늘 걱정이다.

그는 “민수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먹성이 워낙 좋아 식당 아주머니의 눈총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학교 지원을 받아 영양식을 챙겨주는 방법으로 장 군의 체력관리를 돕고 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할머니 생각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장 군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 교사는 “육상부 회식 때 고기를 먹다 할머니에게 가져다주려고 남은 고기를 포장해 갈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고운 아이”라며 “요즘 세상에 민수처럼 착한 아이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일상생활에서는 누구보다 더 착하지만, 운동할 때는 승부욕에 불타는 선수다. 지난 4월 제41회 경기도 학생체육대회에서 1위를 한 데 이어 10월 제36회 경기도 회장기 육상경기대회에선 2위를 하는 등 성적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한 교사는 장 군이 기초체력을 잘 길러 전국 단위나 국제대회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유망주들이 중·고교 시절에 혹사를 당해 정작 성인이 된 후에는 실력 발휘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장 군이 국가대표가 돼 태극마크를 다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대학에서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때는 국가대표를 꿈꿨다”며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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