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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시대를 초월하여 도전정신과 열정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패배의식과 좌절을 의미하는 단어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경제적 절망이 가장 큰 원인일 터이다.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청춘드라마가 최근 주춤한 것도 이런 사회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역도 요정 김복주’는 역도와 수영 그리고 리듬체조를 전공하는 체대생들의 순수한 사랑과 꿈을 향한 도전정신을 싱그러우면서도 발랄하게 그린 청춘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한얼체육대 역도선수 김복주(이성경)와 수영선수 정준형(남주혁)의 어설퍼서 아름답고 순수한 짝사랑과 첫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성장통에 초점을 맞춘다. 김복주는 역도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천하장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 역도부의 에이스로 주목받는 체대생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주워온 화장대를 주인에게 갖다 주기 위해 나갔다 우연히 부딪힌 정재이(이재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1년 내내 바벨을 드느라 손에 굳은살이 박여도 아무렇지 않았던 김복주가 비만클리닉 의사 정재이를 짝사랑하면서 상사병을 앓게 된 것이다.

역도선수라는 사실을 숨기고 비싼 돈을 들여 비만클리닉 센터에 등록할 정도로 정재이를 짝사랑하는 김복주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교 동창이자 불운의 수영 천재이며 정재이의 동생인 정준형이 나타난다. 당황한 김복주와 달리 정준형은 첼로 전공 음대생이라는 그녀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도와주면서도 매사 티격태격한다. 어린 시절 김복주를 좋아했던 감정이 시나브로 사랑으로 발전한 것을 미처 느끼지 못하고 그녀의 짝사랑을 응원하는 정준형의 어설픈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정준형은 겉으로 쾌활한 것 같지만, 어릴 때 이혼한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알게 된 충격으로 수영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스타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하지만 김복주를 챙겨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원래의 쾌활한 성격을 되찾는다. 그는 김복주가 바벨 드는 장면을 정재이에게 들켰다는 이유 때문에 전국역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하고도 침울해하자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네가 널 부끄러워하는데 누가 널 예쁘게 보겠냐?”라는 정준형의 충고는 우리 모두 되새김해야 할 정도로 의미심장하다.

이 드라마는 대부분의 청춘드라마가 로맨스에 집중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청년 세대의 열정과 아픔을 담아낸다. 짝사랑과 첫사랑을 매개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남 몰래 눈물을 삼켜야 하는 체대생들의 아픔을 담아내면서 동시대 청년들을 위로하는 점이 돋보인다. “세상에 고통 없는 아름다움은 없는 거야”라는 김복주의 내레이션처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체대생들의 성장통이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 시대의 청년 세대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짝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겪으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김복주가 “수고했다, 내 마음아. 너는 충분히 뜨거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도 그래서이다.

시청률과 별개로, 이 드라마는 청춘드라마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면서 김복주와 정준형을 연기한 배우 이성경과 남주혁의 매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