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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을 땐 자극적인 음식을 통해 식욕에 불을 ‘당겨줄’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는 촉매제로 국제무역투자에 불을 ‘당겨’ 개방형 세계경제를 추진한다.

맛집 탐방, 요리 대결 등 다양하게 변주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늘면서 식욕 과잉의 시대가 길게 이어질 것이란 예감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등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제 전망에 따른 썰렁한 연말 분위기가 먹고살기 팍팍한 국민의 입맛을 뺏어가고 있습니다. 식욕이 바로 삶의 의욕이란 건 입맛을 잃기 전엔 알기 어렵지요.

두 인용문의 ‘당겨줄’과 ‘당겨’는 ‘댕겨줄’ ‘댕겨’로 고쳐야 하는데요. ‘당기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 입맛이 돋우어지다는 뜻의 동사로 입맛이 당기는 계절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불이 옮아 붙다, 또는 그렇게 하다란 뜻의 동사는 ‘댕기다’입니다. 식욕을 되찾으려면 불을 붙이는 행위 즉 불을 댕겨야 하지요.

둘째 인용문의 ‘일대일로’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신 실크로드 전략인데요. 세계화 시대를 선도해 가려면 추진력에 불을 댕겨야 하지요. ‘댕기다’는 장작불에 불을 댕겼다처럼 타동사로도 쓰이고, 그 여인을 처음 본 순간 그의 마음에 불이 댕겼다, 바싹 마른 나무가 불이 잘 댕긴다처럼 자동사로도 쓰입니다.

살맛 나는 세상에선 입맛을 잃을 일도, 폭식할 일도 없을 텐데요. 정서적 공복감이 부른 식탐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듯 절망감에 따른 식욕 저하 또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역할을 하며 다 함께 전진하는 데는 건강한 균형 감각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그 에너지에 불을 댕기는 일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지요. 불을 댕겨줄 사람, 그 사람을 잘 골라야 봄날다운 봄날을 맞을 수 있겠지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