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최순실 세글자 ‘禁忌語’
존재 몰랐다는 건 다 거짓말”
청와대 파견근무 경찰 밝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볼드모트는 작품에서 ‘그 사람’(You-Know-Who)이나 ‘이름을 불러선 안 되는 사람’(He-Who-Must-Not-Be-Named)으로 불린다. 누구나 알면서도 감히 이름조차 입 밖에 낼 수 없는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청와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가 그와 비슷한 존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경찰 관계자는 14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는 사람은 다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들락거린 최 씨인데 청와대에서 그에 대해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최소한 민정 라인에 근무한 사람이라면 최 씨의 존재를 반드시 알았으리란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민정 라인의 ‘윗선’인 김기춘 (77)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도 당연히 최순실 씨에 대해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씨 일가가 국정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사익을 챙기는 특혜를 받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다녔는지까지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내에서도 ‘핵심’들만 알았겠지만, 최순실이라는 막강한 비선 실세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민정 라인 일반 직원들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최순실 씨는 물론 언니 순득(64) 씨 등 그 일가의 존재는 다 눈치채고 있었다”며 “‘최순실’이란 세 글자가 청와대에서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일종의 ‘금기어’ 같은 거였다고 보면 정확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관계자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했던 박관천 전 경정에 대해서는 “정보수집력도 뛰어나고 특히 ‘큰 그림’을 만드는 데 탁월했던 사람이란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박 전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할 때 정윤회 문건 작성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