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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돌아오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나에게 연말 행사처럼 되어버렸다. 며칠 전, 직원들을 동원하여 그동안 눈에 밟히던 사무실 구석구석의 상자며 용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몽땅 버리려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정리를 시작하고 보니 사정이 달라졌다. 회의실 구석에 쌓아놓은 플라스틱 버섯 배양기는 전등으로 만들어 볼 양으로 건축주에게서 받아온 물건이라 버리지 못했고, 또 설계에 필요해서 얻은 각종 타일 샘플, 철지났지만 예쁜 색상의 포스터, 몇 년 되었지만 튼튼한 에코백들도 뭔가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한쪽 구석에 쌓아놓고 말았다. 하지만 이 물건들을 다시 쓸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단지 아직 쓸 만한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광명시에 있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재활용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버려지는 물건의 재활용을 넘어 예술적인 가치를 더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를 업사이클(Upcycle)이라고 한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새 생명을 갖게 하는 작업을 말한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전시관과 공연장, 에코에듀센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관에는 버려진 물건들을 업사이클한 예술품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름다운 전시물을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그 전시물들이 폐자재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이다. 버려진 쓰레기통과 병뚜껑을 곱게 색칠하고 조립해 만든 로봇과 겨울철 창문에서 한기를 막아주는 에어 캡인 ‘뽁뽁이’로 만든 웨딩드레스, 전자제품을 살 때마다 포함되어 넘쳐나는 USB코드 연결선으로 만든 알록달록 물고기가 자원의 한계가 없음을 실감하게 한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업사이클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업사이클 체험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자원의 소중함과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원 재생과 관련된 시민공모전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폐자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역시 기존의 건물을 업사이클한 결과로 탄생했다. 센터 뒤로 핑크색에 하얀 구름이 그려져 있는 굴뚝건물은 쓰레기를 소각하는 자원회수시설로 이 시설의 홍보를 위한 부속건물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업사이클아트센터로 재단장한 것이다. 업사이클아트센터는 버려지는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장소로 그 탄생의 비밀마저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내려다보는 언덕에는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던 광명동굴이 있는데 이 또한 폐광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목적으로 시작된 광산이 폐광된 이후 새우젓 창고로 쓰이다가 2014년에 관광형 문화공간으로 조성돼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광산용 터널을 업사이클하여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탈바꿈한 점이 특별하다.

한 영국 축구선수가 리즈유나이티드 소속 선수 시절에 보여준 뛰어난 활약에서 유래된 ‘리즈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잘나갔던 시절이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왕년엔…”이라고 푸념하듯 말하는 것을 보면 예전같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잘나가던 시절이 지나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잘나갔든 그렇지 못했든,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잃지 않는다면 스스로 업사이클돼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이미지 크게보기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전시관에는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한 예술품들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까지 열렸던 ‘로봇: 트랜스포머’전의 전시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