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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 취약
차등의결권 등 보완책 시급

경제위기에도 기업의 경영권 보호 장치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 현상’이 경제위기를 틈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어서 보완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선진국 등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황금주)·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의 법제화가 최근 국정 혼란으로 요원해져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산업계 및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갑윤(새누리당) 의원은 차등의결권·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1월 15일 대표 발의했으나 국정 혼란으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지난 19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개정안은 논의 한번 되지 못한 채 폐기될 형편이다.

개정안은 이사회 3분의 2 이상이 결의하면 회사가 정관에 따라 ‘신주인수선택권’을 발동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회사가 정관에 따라 이사회 과반수의 결의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토록 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투기자본 등에 맞설 수 있도록 한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영권 경쟁제도는 주요국 수준으로 완화된 경영권 공격수단보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현저히 적은 양상을 띠고 있다”며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재산이 불필요한 경영권 방어비용으로 지출되는 등 경영권 경쟁제도의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 상법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제도만 도입해 경영권 보호 측면이 취약하다”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 등에서 활용하는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 등의 제도를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손을 든 국민연금의 선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국정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향후 국내 기업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격 사례가 또다시 발생한다고 해도 대다수 주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다시 우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어려워진 셈이어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