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화산관 이명기의 ‘행려풍속도’. 선비가 집을 나서 여행 도중에 접하는 장면들을 담은 병풍으로 일본 오사카에 소장돼 있다가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서울옥션 제공

서울·칸 옥션 ‘귀환’주제로
美·日에 유출됐던 작품 공개
“경매, 불법유통 악용 우려도”

해외 문화재 환수, 경매시장을 통한 방법밖에 없을까.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에 잇달아 타국에 흩어져 있던 문화재들이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옥션은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본사에서 개최하는 제142회 미술품 경매에 ‘귀환’이라는 주제로 일본과 미국에 유출돼 있던 문화재 6점을 출품한다.

화산관 ‘이명기’의 풍속도인 ‘행려풍속도’(추정가 6억~10억 원)를 비롯해 ‘요계관방지도’·‘삼국지연의도’(각각 4억~8억 원), ‘면암 최익현 초상’(6000만~1억 원) 그리고 추사 김정희의 ‘행서대련’(700만~1억5000만 원), 고려시대의 ‘청자도철문정형향로’(추정가 별도 문의) 등이 바로 그 작품들로 국내에서는 최초 공개된다. 서울옥션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화재나 문화재급 작품들을 경매에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열린 홍콩경매에서는 조선시대 백자달항아리를 출품해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이 달항아리는 한국인이 21억 원에 낙찰받았다.

오는 1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건국빌딩에서 제1회 경매를 개최하는 신생 경매사인 칸옥션에서도 일본에 반출돼 있던 연담 김명국의 ‘달마도’(3억8000만~5억5000만 원), 김희겸의 ‘창덕궁 후원 옥류천 풍경’(2000만~4000만 원), 최북의 ‘산수도’(2000만~3000만 원), 이인문의 ‘산수도’(1억5000만~2억5000만 원), 김득신의 ‘파초선인도’(2000만~4000만 원), 백은배의 ‘죽하맹호도’(700만~1200만 원), ‘경상감영도’(600만~1000만 원), ‘춘화첩’(2500만~4000만 원) 등을 출품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일단은 호의적이다. 어떤 경로로 반출됐건 현시점에서 조건 없이 환수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매 형식으로라도 다시 찾아오는 것이 일단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문화재는 공공재여서 개인이 거래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반입 노력을 기울여 공공의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국립박물관의 한 해 유물구입비 예산이 39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국가 예산으로 환수하는 것은 쉬운 얘기가 아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가 공공 자산이 되기 위해선 작품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세금을 작품으로 대신 내는 ‘물납세’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국내에선 적정 가격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경매가 문화재의 불법적인 유통경로로 이용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경매가 자칫 도난 문화재 등 불법적인 수취 물건의 양성적인 유통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문화재급 작품은 문화재청과 협조해 도난물품 항목도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매에서 거래된 문화재의 해외 재반출은 문화재보호법으로 규제받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60조는 국보·보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이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서화, 도자기, 공예품, 고서 등 이른바 ‘일반 동산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 또 지정문화재를 거래해 소유자가 바뀌게 되면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