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서 주도권을 쥔 제1야당이 국민 걱정을 덜어주긴커녕 증폭시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탄핵안의 뜻에는 내각 총불신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또 “황교안 총리 대행체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 탄핵이 가결되면 즉시 정치회담을 개최해 ‘국민 추천 총리’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거론하며, 사퇴 투쟁을 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당내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현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황 총리 역시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반(反)헌법적 발상임은 물론, 정국의 칼자루를 잡았으니 마음대로 휘둘러도 된다는 식의 오만한 행태다. 탄핵소추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총리가 권한 대행을 하는 것은, 무(無)정부 상태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헌법 장치다. 이제 와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박 대통령 탄핵에 나서놓고, 야당 스스로 그런 길을 가는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더 황당한 일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언론과 국민, 심지어 야권 인사들까지 황 총리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했음에도 묵살해 왔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의도 있었고, 차선책으로 김병준 내정자를 수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 추천 총리는 시민단체라면 몰라도, 헌법을 존중하는 공당(公黨)이 거론할 아이디어는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형사처벌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형사처벌 절차는 검찰과 특검의 몫이다. 더욱이 특검은 야당이 추천했다. 분노에 편승해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것은 지도자의 금도(襟度)가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박 대통령 명예퇴진을 거론하다 탄핵을 주장하고, 거국 총리를 요구하다 청와대가 수용하자 안 하겠다는 식의 ‘청개구리 정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