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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의 날이다. 대통령제,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펼쳐지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탄핵에 모아지고 있다. 탄핵 표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벌써 ‘탄핵 이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탄핵 이후를 생각할 때 모든 분야가 큰 영향을 받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경제가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기 때문이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다른 것은 모두 심드렁해질지도 모른다.

예산 당국에 따르면 내년 예산에는 대통령 선거 비용으로 1801억 원이 이미 반영돼 있다. 대선을 4월에 하든, 6월에 하든, 12월에 하든 예산에서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없다. 그러나 거시경제를 살펴보면 내년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4%로 0.3%포인트나 낮췄다. KDI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2% 초반 수준(2.0∼2.3%)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KDI의 이 같은 예측도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거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DI는 지난해와 올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경제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단 4쪽짜리 보고서로 대우그룹 해체를 촉발한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내외 환경이 지금처럼 악화하면, 내년 상반기 노무라증권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0%대나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노무라라는 일개 증권사의 성장률 전망치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외국인의 손에 놀아날 가능성이 클 만큼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의미다. 대내외 악재는 산적해 있는데, ‘탈출로’가 마땅치 않은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KDI는 내년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추경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추가 금리 인하는 시중 유동성이 이미 사상 최대이고,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KDI도 지적했듯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는 시간문제일 뿐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나서겠지만, 충격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오는 1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올리면, 국내의 탄핵 표결 결과와 맞물리며 경제가 악순환(惡循環)의 소용돌이에 빠질 개연성이 크다. 경제 주체들이 코앞까지 닥친 이런 쓰나미에 대비해야 할 때다. hae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