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인정땐 청탁금지 위반”

교수들, 法 시행후 부담 느껴
기업 55% “예정자 채용 안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대학가에도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올해 하반기 취업 시즌을 맞은 졸업 예정자 신분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졸업을 앞둔 취준생들이 면접 확인서나 취업 증명서를 학교에 제출해도, 교수가 이들의 출석을 인정해줄 경우 부정청탁에 해당해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들도 취업계가 인정되지 않는 취준생들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여서 취업난 속 이들의 고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유명 A 대학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25) 씨는 어렵게 기업 두 곳의 서류와 필기 전형을 통과한 뒤 면접을 보고 왔지만, 교수가 출석을 인정해주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 씨는 “회사 면접이 평일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빠졌는데 면접 확인서를 제출해도 교수님께서 김영란법 때문에 출석 인정을 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면접을 보거나 미리 취업하면 관행적으로 출석 인정을 해줬는데 이제는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B 대학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정모(여·26) 씨는 “내년 2월 졸업 예정이라 올해 하반기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면접관이 ‘김영란법 때문에 취업계 인정이 안 될 텐데 12월부터 회사 출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졸업 예정자를 뽑는 것이 부담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청탁금지법 시행 뒤 기업 10곳 중 3곳은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21∼30일 3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9.3%가 ‘부담이 생겼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50.0%, 중견기업의 40.5%, 중소기업의 26.9%가 부담된다고 답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졸업예정자 채용을 더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졸업예정자를 채용했던 기업(86곳) 중 54.7%는 앞으로 졸업예정자를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202곳 중 21.8%는 법 위반을 우려해 자격요건을 바꿨다. 이들은 자격요건을 ‘졸업자만 지원 가능’(54.5%·복수응답)이라고 하거나 ‘특정 입사일을 맞출 수 있는 자’(47.7%)로 한정했다.

또 이들 기업 중 8.9%는 채용 평가 때 졸업예정자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불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중 졸업예정자가 있었던 91개 기업에 재학 중인 지원자를 위한 취업계 처리 방법을 묻자 18.7%는 회사에서 입사일을 조정해 줬다고 했고, 7.7%는 취업계를 인정받지 못해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 엄격해진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