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손영권(왼쪽부터) 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지난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APBCN 아파트에서 방문객들이 KT가 수출한 기가(GiGA) 와이어 기술을 이용한 기가 인터넷을 체험하고 있다. KT는 지난 2월 스페인 카탈루냐주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T 제공

- ② ‘가지 않았던 길’ 로 승부

▶삼성전자 ‘비유기적 성장’
인수합병으로 외부 자원 활용
車전장기업 하만 인수 대표적
“10兆 들여 10년 아꼈다” 평가

▶KT ‘4차 산업혁명 전도사’
네트워크 인프라로 세계 공략
올 터키·스페인에 솔루션 공급
중동 시장 진출 발판까지 마련

기업은 항상 도전받는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도전 과제는 국내 시장 포화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요약된다. 경쟁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세부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최근 업계 안팎에서는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삼성전자와 KT의 응전 방식에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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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 통신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디바이스를, KT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주력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인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전 세계에 판다. 주력인 스마트폰, 반도체, TV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의료기기를 비롯해 차량용 전자장비까지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포화된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이다.

수많은 사업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제품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첩첩산중이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 서슬 퍼런 경쟁자들도 있다. 더욱이 시장의 변화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반열에 올랐다 싶으면 이미 사양 산업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합병·인수 등)’ 전략을 통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경영학에서는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으로 크게 내부 개발 역량에 의존하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비유기적 성장을 구분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주로 유기적 성장 전략을 선택했으나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비유기적 성장 전략에 집중하는 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차량용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은 대표적인 비유기적 성장 전략으로 꼽힌다.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클라이언트 네트워크를 넓히는 효과를 얻게 됐다. 업계에서 10조 원으로 10년을 아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최근 “자동차부품 사업과 관련해 유기적 성장과 비유기적 성장을 고민해 왔다”며 “하만과 손을 잡는 것이 훨씬 빨리 가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하만 외에도 최근 차세대 메신저 서비스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기업 뉴넷 캐나다를 인수했으며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갖춘 비브랩스 등을 인수했다.

KT의 가지 않은 길은 글로벌 시장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설치 및 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이동통신 사업의 특성상 해외 진출은 요원한 일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KT는 글로벌 시장에서 녹록지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국내 이통 시장에는 위기감이 높았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률이 100%를 넘어서며 시장이 포화됐지만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4차 산업혁명이 KT의 글로벌 진출에 밑거름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기존 제조업 혁신은 물론 서비스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한 신사업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KT는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고도화된 네트워크 인프라 공급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T가 이미 국내 서비스 중인 ‘기가(GiGA)’ 인프라가 대표 상품이다. 실제 KT는 올해 터키와 스페인에 ‘기가 LTE(LTE와 와이파이를 병합해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및 ‘기가 와이어(기존 구리선을 활용해 기가급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술)’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다. 국내 통신업체가 기가 LTE 기술을 수출한 첫 사례다.

이 밖에도 KT는 201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1200억 원 규모의 대형 스마트 에너지 프로젝트(ICT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를 수주한 바 있으며 르완다 통합 보안망 구축, 탄자니아 전자주민증 시스템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에서 이란 최대 통신사 TCI와 ‘ICT 인프라 현대화 사업’ 업무협약(MOU)을 맺고 향후 중동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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