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女동생 2년간 性폭행·추행한 오빠… 징역 3년 6월 → 2년 6월
아이 출산뒤 방치 숨지게한 20대 엄마… 징역 1년 6월 → 집행유예 2년

법원이 미성년자 준강간 혐의와 영아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영유아 상대 범죄에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하는 게 국민의 법 감정이지만, 2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판결도 잇달아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 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1년 2월 당시 11세였던 여동생의 신체 부위를 만져 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9월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18차례 성폭행하고 25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중범죄로 인해 나이 어린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A 씨는 만 14세의 미성년자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미처 확립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A 씨를 선처해달라고 호소하는 점에 비춰볼 때 1심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B(여·22)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B 씨는 지난 1월 경기도 자택에서 애인과의 사이에서 갖게 된 여아를 출산한 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B 씨에 대해 “피고인은 현실적으로 양육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하지만 이는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데 대한 정당한 변명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아이가 살아있는 상태로 태어나 약 5∼10분 동안 기침소리를 낸 점 등에 비춰 즉각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생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애인과 헤어지고 혼자서 아이를 낳은 충격으로 충분한 보호조치를 못했다”며 감형 판결을 내렸다.

반면 생후 3개월 된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해 살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박모(23) 씨에 대해서는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1심(징역 8년)보다 더 무거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시철)는 “피고인들의 범죄를 모두 피고인들의 책임으로 돌릴지 의구심이 있으며 우리 사회에도 일정 부분 책임도 있다”면서도 “박 씨의 범행은 아이가 생후 40일 때부터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박 씨는 3월 9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자택에서 생후 84일 된 딸을 고의로 90㎝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린 뒤 10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결과 그는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자 작은 방으로 데려가 재차 비슷한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