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기업 멍들게 하는 부실회계

대우조선 회계감리 최종결과
금감원 “내년 1분기 중 낼것”

감사위원회, 외부감사인 선임
美 ‘엔론’ 사태서 교훈 얻어야

수조 원대에 이르는 모뉴엘 사기대출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까지 대형 경제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실감사 논란이 빠지지 않고 뒤따르면서, 현 회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선과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기초자료인 회계정보가 잘못될 경우,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1분기 중으로 대우조선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의 ‘빅배스’(Big Bath·새 CEO가 전임 CEO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는지, 또 누가 주도적으로 손실을 장부상 이익으로 감췄는지 등을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부상 손실을 감춘 게 고의적이었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며 “특히 회계적으로 고의가 있었는지, 또 누가 가담했는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가려낼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 회계제도 개선에 대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 불려야 할 회계사의 부실감사로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만약 수년 전부터 대우조선에 대한 회계감사만 제대로 했다면, 지금의 (대우조선)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계법인 한 곳의 부실감사를 문제 삼기보다 국내 회계제도 문제를 고쳐야,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엉터리 회계정보가 계속 유통될 경우 그 폐해는 결국 투자자와 국가 몫”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엔론’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1년 드러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15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는 미국에서 회계부정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2002년 회계 개혁법으로 불리는 ‘사베인 - 옥슬리법’을 마련, 2004년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된 감사위원회에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등 회계법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교수는 “기업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선택하는 ‘자유선임제’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영진과 한몸인 감사위원회 구조를 바꾸는 노력 없이는 올바른 회계정보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회계법인이 소신을 갖고 기업의 회계정보를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