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벙커샷 후 한 홀 14타 기록… 일본식 골프에 매료”

이미지 크게보기 홍순성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옥 던롭 골프용품 전시장에서 골프볼로 저글링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홍순성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

홍순성(44)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는 ‘보기 플레이’도 버겁지만 골프 사랑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싱글급’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던롭스포츠코리아 본사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기자는 일찍 도착했지만 홍 대표는 약속한 시간이 돼서야 나타났다. “요즘 일과의 절반을 회의에 묶여 산다”고 말문을 연 홍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골프장 쪽 사업 진출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해 5월 창업주인 부친 홍종명 회장이 암 투병으로 작고한 이후 ‘대권’을 물려받았다. 홍 대표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일본의 타이어기업에서 무역업무를 맡아오다 2001년 이 회사에 입사했다.

홍 대표는 골프장 위탁경영을 통해 새 사업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후 골프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홍 대표는 “내년 시작하는 골프장 위탁경영과 던롭 골프 브랜드의 시너지를 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정신이 없다”며 “우리 브랜드를 찾는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는 고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골프장과 함께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대학생 시절 골프를 시작했다. 1987년 부친이 일본 던롭스포츠 골프와 테니스용품을 수입 판매하는 삼화기연㈜을 창업한 덕에 일찌감치 골프에 눈을 떴다. 지난해부터 미국 클리블랜드 골프용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1997년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을 때 필드로 나갔다. 홍 대표가 다니던 대학은 백악관과 10㎞도 채 안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골프장은 메릴랜드나 버지니아에 위치했기에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가끔 찾았다.

홍 대표는 연습도 하지 않고 친구들이 불러주면 나가곤 했다. 홍 대표는 “그때 골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면 골프 실력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며 “대신 경영학 석사 과정을 2년 만에 마쳤다”고 설명했다.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곧바로 일본 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부친의 건강을 돌보고 가업을 도와야 한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의 과장으로 입사했다. ‘오너 아들’이었기에 골프를 더욱 멀리했다. 처음 몇 해 동안 1년에 골프장에 나간 횟수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도 골프장에서 열린 VIP 초청 행사나, 소속 프로들과 함께하는 자선 행사 등 회사 일로 나간 게 대부분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골프장에 나가는 횟수는 더 줄었다.

홍 대표는 그러나 자신과는 달리 임직원에겐 관대한 편이다. 회사 차원에서 레슨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골프를 좋아하지 않으면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골프에 대한 접점을 찾고 골프를 좋아해야 한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홍 대표는 대부분 비즈니스로 골프장을 찾다 보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 친구들로부터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 그럴 때마다 홍 대표는 “그나마 ‘젝시오’와 ‘던롭 볼’로 치니까 이 정도라도 나온다”고 맞받아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장점은 비거리. 다른 브랜드 클럽으로 칠 때보다 20m는 더 나가 210m를 보낸다는 자랑을 잊지 않았다. 홍 대표의 ‘라베(라이프 베스트)’는 94타에 불과하다. 골프채를 팔아야 하는 회사 CEO로서의 골프 기량은 기대 이하다.

홍 대표는 “일본식 골프에 익숙하다 보니 스코어를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출장이 잦다 보니 일본 본사 임직원들과 라운드할 기회가 많은데 한국과는 다른 골프 문화에 매료됐다. 일본 오사카(大阪) 근처 골프장에서 3명의 일본 본사 임직원과 라운드할 때의 일화.

일행 중 직급이 가장 높았던 임원의 볼이 그린 앞 높은 벙커 턱으로 들어갔는데 쉽게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는 “꺼내놓고 치시죠”라는 말이 나올 법했지만, 그날의 동반자들은 외면했다. 그 임원은 10번 가까이 샷을 한 뒤 간신히 벙커에서 탈출했다. 이런 상황이 낯설었던 홍 대표는 당황스러웠다. 홍 대표는 그 임원이 ‘14타’로 적은 스코어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일본에선 기브(OK)가 없어 홀아웃 할 때까지 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말 룰대로 적용할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 평소 80대 스코어를 유지했던 일행들은 모두 100타를 넘겼지만 웃음을 머금으며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단다. 홍 대표의 이날 스코어 역시 100타를 넘겼지만, 일행 중 3위였다.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홍 대표는 “미국인들은 반바지 차림으로 혼자만의 라운드를 즐기고, 중국인은 내기를 하고 싶어 할 뿐 골프를 심오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국 골퍼는 어마어마한 승부욕이 강점이고, 이런 승부욕이 골프용품 구매 욕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골퍼는 대부분 ‘이왕 시작한 골프니 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용품 구매에 신경 쓰기에 국내 골프용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 대표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아직은 일을 더 해야 하고, 회사를 더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골프에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예전부터 싱글 한번 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쉽지 않다”며 “골프를 잘하려면 숨어서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그러나 “50세가 되기 전 반드시 70대 스코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기에 지금의 골프 기량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회사 규모를 얼마만큼 크게 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파트너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회사 또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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