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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어린 선수들 고통받았다”
2002년 은퇴한 우드워드 폭로
17개주 英전역 피해신고 잇달아

자체 조사 나선 잉글랜드축구協
“영국축구 사상 가장 큰 위기”
EPL구단 “정보 제공 적극 협조”

축구 종주국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유소년 축구팀에서 성적 학대에 시달렸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BBC는 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경찰이 350명이 넘는 피해자의 성적 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 유소년 축구팀에서 지도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소년 축구팀 아동 성 학대 수사는 그레이터맨체스터, 북요크셔, 북웨일스, 케임브리지셔, 에식스 등 영국 전역의 17개 주 경찰서에서 진행된다.

이번 파문은 지난 2002년 은퇴한 앤디 우드워드(43)가 지난달 17일 언론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우드워드는 11세였던 1980년대 잉글랜드 체셔주 크루를 연고지로 하는 4부 리그 크루 알렉산드라 FC의 유소년팀에서 지도자였던 배리 베닐(62)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우드워드는 “당시 (베닐에게) 완전히 지배당했고, 죽을 만큼 무서웠다”며 “그에게 시달린 수많은 유소년이 끔찍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드워드가 악몽 같던 지난날의 기억을 털어놓자 성 학대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1991년부터 1년간 잉글랜드 국가대표였던 폴 스튜어트(52)는 “(유소년 시절 지도자에게) 50∼100번은 강간당했다”며 “발설하면 부모를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뉴캐슬 소속이었던 데이비드 이톡(40)은 “(성적인 학대를 받을 당시) 너무 무서워 움직일 수 없었고,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 신고 핫라인을 운영 중인 피터 완레스(42)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 만에 860건의 신고·상담 전화가 왔다”며 “이는 심각한 수준의 학대가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성적 학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랙 클라크(59·사진)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은 “유소년 선수에 대한 성적 학대 스캔들은 영국 축구 사상 가장 큰 위기”라며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클라크 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피해 사실이 밝혀지면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소년팀을 운영하는 첼시 등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들은 “수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첼시는 1968년부터 1979년까지 스카우트였던 직원이 유소년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별도의 자체 조사를 하기로 했다. 베닐이 유소년 스카우트를 맡았던 맨체스터시티 역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