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1월 14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사업의 국비지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 최문순 강원지사

올해가 예산 편성 마지노선…1200억원 국회에 긴급 요청
오색 케이블카 착공 못했지만 새해 1월중 착공 목표로 추진
자치분권 중심의 개헌이 과제… 내년 大選에 반영되도록 최선
일 잘할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그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

인터뷰=이덕로 세종大교수·노성열 전국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지난 11월 14일 강원 춘천시 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만난 최문순 강원지사는 최대 역점사업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최순실 씨의 이권 개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사태로 국가적으로는 대통령이 하야와 탄핵의 중대 갈림길에 섰지만, 강원도로서는 1년 2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평창올림픽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의 내년 예산안 편성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최순실 예산’ 삭감 바람이 불어 동계올림픽 예산도 동반 삭감될 위기에 몰렸다. 최 지사는 내년 예산안에 올림픽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동네잔치’로 전락해 국격마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순실 씨의 올림픽 시설 이권 개입 의혹과 평창·횡성지역 땅 투기설 등 강원 지역과 관련된 언론 보도와 소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 현재까지 피해 상황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자칫 국민이 희망을 잃고 국가의 좌표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매우 안타깝고 걱정된다. 우리 도는 처음에는 유탄을 맞은 줄 알았는데 점차 직격탄으로 다가와 휘청거리는 상황이 됐다. 특히 예산 편성 시기와 겹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씨 사건으로 비판을 받아 자진 삭감한 예산이 892억 원에 달해 올림픽 지원 예산도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이에 도에서는 최근 국민화합 문화올림픽과 경관개선·문화거리 조성, 붐 조성 홍보, 상징물 건립, 올림픽 전국 페스티벌, 관광 인프라 구축 등에 필요한 국비 1200억 원의 추가 지원을 국회에 긴급 요청했다. 올해가 평창올림픽 예산 편성의 마지노선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평창올림픽은 왜소하고 초라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어 성공적인 개최가 어려워진다. 최순실 사태로 평창올림픽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덕로 교수

―최순실 사태로 제기된 강원도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특별조사팀을 꾸려 자체 조사할 의향은.

“공식적인 조사는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스크린은 해봤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에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 공사비를 깎으라고 하면서 나중에 다른 업체를 밀어 넣으려다가 미수에 그치는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 씨 가족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사업은 사실 거의 없다.”

―올림픽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평창 알펜시아에 건설 중인 슬라이딩센터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올림픽이 끝난 뒤 시설의 유지·보수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돼 사후 활용 방안도 중요한데.

“현재까지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철도·고속도로·국도와 경기장 진입도로 등도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슬라이딩센터는 국내법과 다른 기준 등으로 인한 오해에서 안전성 문제가 빚어졌으나 국제경기연맹의 권고사항을 모두 반영해 추가 설치를 완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사전 승인을 받았다. 사후활용 대상시설은 경기장 12개와 올림픽 플라자 등 총 13개로, 11개 시설은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전문체육시설과 실업팀 홈구장 및 문화공연장, 민간 활용, 대학교육 및 시민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키로 했다.”

―화제를 바꿔보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지난해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나 1년 4개월이 되도록 착공도 못 하고 있다. 또 환경보고서가 객관성 시비에 휘말리고 환경단체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동계올림픽 개막 이전에 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환경단체와는 관점과 철학이 다르다. 걸어서 산에 올라가면 발자국과 등산로가 만들어져 땅이 파이고 나무뿌리가 드러난다. 비가 내리면 이를 따라 흘러내려 2m 높이까지 깎이게 되는 등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 그러나 케이블카를 설치해 누구나 산에 올라갈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권을 부여하고 일부 등산로를 폐쇄하면 오히려 산을 보호하게 된다. 오색 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서는 법령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작성됐으며 최근 의혹이 제기된 최순실 씨의 이권 개입 여지도 없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이전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착공해야 돼 최선을 다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전국 광역단체장들의 수장으로서 현재 자치단체의 최대 현안과 추진 계획은.

“시도지사협의회의 가장 큰 과제는 자체적으로 초안을 만들어 놓은 ‘자치 분권 중심의 개헌’으로 적절한 시점이 되면 내년 대선에 반영되도록 깃발을 들 계획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제7공화국은 분권 공화국이 돼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분권의 역사다. 분권을 먼저 실시한 국가가 이를 하지 못한 국가를 지배했다. 영국이 절대왕정을 제일 먼저 깨고 권력을 밑으로 나눠주는 명예혁명으로 대영제국을 만들 때 인구가 약 3000만 명이었다. 그 작은 인구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지배했다. 다음으로 미국은 “왕을 우리 손으로 뽑겠다”며 대통령제를 발명해서 절대왕정과 입헌군주제 자체를 아예 없애버렸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절대왕정으로 남아 있다가 그만 식민지배까지 받았다. 중앙에서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주목하지만, 중앙에 모인 권력과 돈을 지역으로 나눠주면 대통령의 권력 집중 문제는 더 얘기할 필요가 없어진다. 4년 연임제냐 단임제냐 하는 논쟁보다 핵심은 분권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혼자서 권력을 차지하면 잘할 수가 없다. 모든 권한을 자치단체로 내려보내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사전에 권력은 없다.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나의 슬로건 가운데 하나다.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정리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프로필>

최문순(60) 강원지사는 전국 유일의 언론인 출신 광역단체장이다. 문화방송(MBC) 기자와 노조위원장을 거쳐 최연소 사장을 역임한 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그는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같은 방송국 선배 기자로 지명도가 월등히 높은 엄기영(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강원도의 대표적 먹거리인 감자처럼 생겼다. 이로 인해 최 지사는 자신을 ‘감자 지사’라고 자칭하며 소설가 이외수 씨도 최 지사의 당선 때 ‘절대 감자’라며 축하하기도 했다. 또 바닷물고기인 도루묵이 너무 많이 잡혀 강원지역 어민들이 판로에 어려움을 겪자 SNS를 통해 적극 홍보하고 직접 판매 활동까지 나서 ‘도루묵 지사’로 불리기도 한다.

△1956년 강원 춘천 출생 △강원대 영어교육과 △MBC 보도국 기자·노조위원장·사장 △18대 국회의원 △민선 5∼6기 강원도지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